◈ 본문과 함께
시편 32편은 허물과 죄 가운데서 드리는 기도의 내용입니다.
여기서 인간의 모습이 보입니다.
우리의 뼈가 쇠하고, 주의 손이 우리를 누르시며, 우리의 진액이 빠져 여름 가뭄에 마름같이 되었다. 홍수가 범람하듯이 혼란에 빠져버린다.
이 시편의 마지막 두 구절은 의인과 악인의 대조를 보여준다. 두 부류의 차이는 이와같다.
‘악인에게는 많은 슬픔이 있으나’(10절), 의인은 ‘기뻐하며 즐거워’(11절) 할 수 있다. 그 근거는 여호와를 신뢰하는 자 ‘인자하심이 두르기’(10절) 때문이다.
1. 죄사함을 받은 자들의 복된 상태 (1-2절)
‘허물’의 사함을 받고 자신의 ‘죄’가 가려진 자는 복이 있도다. 마음에 ‘간사’함이 없고 여호와께 정죄를 당하지 아니하는 자는 복이 있도다.
여기서의 복은 하나님의 율법을 즐거워하는 사람의 복됨이 아니라, 그의 죄를 용서받은 사람의 복됨이다.
허물, 죄, 간사가 각각 그 특징이 있다.
‘허물’은 과실이다. 적극적인 위반이다. 알고 있는 경계선을 넘어 들어온 침입을 말한다.
‘죄’는 소극적으로 과녁을 맞히지 못한 상태이다. 누락, 이상에 도달하지 못한 실패이다.
‘간사’는 내면적인 본성의 부패를 말한다. 다른 말로 ‘원죄’라고 한다.
이것이 진리입니다. 허물에 사함을 받고 죄에 가리움을 받는 것. 우리는 이 말씀을 뼈에 사무치도록 새겨야 한다.
용서 역시 삼중적이다. 1절의 ‘사함을 받고’에 해당하는 히브리어는 ‘치워버림’ 혹은 ‘들어내 버림’이다. 또한 죄는 ‘가리워 진다’. 눈에 보이지 않도록 덮는 것이다. 여호와께서 죄인을 향해 다시 죄를 들춰내지 아니하신다. 용서는 짐을 들어주고, 민망한 광경을 가려주고 빚을 삭쳐주는 것이다.
바울사도는 로마서 4장 6~8절에 우리의 행위와 무관하게 믿음에 의한 하나님의 은혜로 죄인을 의롭다 불러주시는(칭의) 구약성경의 사례로 이 구절을 인용한다.
(롬 4:6-8) [6] 일한 것이 없이 하나님께 의로 여기심을 받는 사람의 복에 대하여 다윗이 말한 바 [7] 불법이 사함을 받고 죄가 가리어짐을 받는 사람들은 복이 있고 [8] 주께서 그 죄를 인정하지 아니하실 사람은 복이 있도다 함과 같으니라
2. 죄사함을 받지 못한 자들의 고통스런 상태 (3-4절)
내가 입을 열지 아니할 때에 종일 신음하므로 내 뼈가 쇠하였도다.
주의 손이 주야로 나를 누르시오니 내 진액이 빠져서 여름 가뭄에 마름같이 되었나이다.
시편기자의 영혼의 고통의 울부짖음이 여기에 있다. 죄 가운데 있는 자의 절규와 고통의 감정이다.
여기서 언급된 것은 아마 밧세바에 얽힌 수치스러운 사건을 두고하는 말이다. 그가 나단의 사역을 통해 회개에 이른 것은 밧세바와 간음을 저지르고 그 남편을 살해한 후 거의 1년 뒤였다(삼하11장). 이 기간 다윗은 자신과 하나님마저 속이려 해보았지만 마음에 평안이 없었다. 후회 막급함과 시달리는 양심이 만들어낸 위험한 신체적 증상을 말하고 있다. 그는 자신의 죄를 숨기는 것을 포기하고 하나님 앞에서 죄를 인정하며, 용서를 통해 평안을 얻게 된다.
3. 죄의 자복에 그에 따른 결과 (5절)
‘내가 이르기를 내 허물을 여호와께 자복하리라 하고 주께 내 죄를 아뢰고 내 죄악을 숨기지 아니하였더니..곧 주께서 내 죄악을 사하셨나이다.’
지금껏 우리가 죄를 지을 때 마다 주님께 회개했지만, 이제 다시 고백해야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죄 뿐 아니라 우리의 의식 속에서 지워버렸거나 숨겨왔던 죄 까지도 자백하자. 이제 더 이상 죄를 숨기려 말자. 주님은 우리가 지은 모든 죄를 알고 계신다.
죄를 떠올리는 것은 고통스럽지만, 주님이 용서해주시고 깨끗이 지워주시도록 우리의 모든 죄를 자백하자.
주님의 십자가가 사해주지 못할 죄는 없다. 주님의 십자가에서 용서하신 죄를 우리는 다시 끌어안고 있지 않은가?
동이 서에서 먼 것 같이 죄과를 던져버리시고 다시 기억치 아니하시는 하나님의 용서의 선언을 받아들이는 믿음을 갖도록 기도하자.
4. 자기 백성을 보호하시는 하나님 (6-7절)
이로 말미암아 모든 경건한 자는 주를 만날 기회를 얻어서 주께 기도할지라 진실로 홍수가 범람할지라도 그에게 미치지 못하리라.
주는 나의 은신처이오니 환난에서 나를 보호하시고 구원의 노래로 나를 두르시리이다.
주님은 우리의 은신처시다. 힘든 유혹으로부터 우리를 지켜주신다.
5. 백성을 향한 하나님 말씀 (8-9절)
내가 네 갈길을 가르쳐 보이고 너를 주목하여 훈계하리로다. 너희는 무지한 말이나 노새같이 되지 말지어다 그것들은 재갈과 굴레로 단속하지 아니하면 너희에게 가까이 가지 아니하리로다.
신경질적인 말과 고집 센 노새는 강압적으로 때려서 통제하고 이끌어야 한다. 이들에게는 지각이 없어 그런 것이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지각이 주어졌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재갈과 굴레로 다루시도록 해서는 안 된다. 그분은 우리를 노새가 아니라 인간으로 다루실 것이다.
이 구절은 시편기자의 음성인가? 주님의 음성인가?
아마도 시편기자가 주님의 음성을 이곳에 옮겨놓은 듯하다.
우리는 제멋대로 굴려는 망아지 새끼와 같다. 자주 성질내고 굴레에서 벗어나려 안달하며, 고삐를 참지 못한다. 우리가 주의 말씀에 순종하며 그 안에서 참된 자유를 발견하도록 기도하자.
하나님의 끝없는 사랑에 둘러싸여 있는 자, 하나님께 죄를 고백하고 용서 받은 자, 그분의 약속을 신뢰하고 마음을 다하여 명령에 순종할 때 그 발걸음을 인도받게 될 것이다.
6. 도덕적 교훈과 조언이 담긴 결론 (10-11절)
악인에게는 많은 슬픔이 있으나 여호와를 신뢰하는 자에게는 인자하심이 두르리로다. 너희 의인들아 여호와를 기뻐하여 즐거워할찌어다. 마음이 정직한 너희들아 다 즐거이 외칠지어다.
시편 32편은 복으로 시작했다가 기쁨으로 끝을 맺지만, 중간에는 깊은 고뇌도 보입니다.
우리는 이 시편으로 기도를 배웁니다. 죄는 고통을 낳고 죄의 자백은 구원을 낳습니다.
◈ 나오며
자백하는 기도는 용서를 가져온다.
범죄 한 후 괴로워하는 시인의 모습은 어떻게 묘사되는가? 지금 나를 종일 신음하게 하는 죄악은 무엇인가?
시인은 자신의 죄악을 하나님께 고백한 후 거의 즉각적으로 용서의 확신을 얻고 이를 노래하기 시작한다. 회개하기 전과 후, 시인의 하나님 체험은 어떻게 달라졌는가?
참고서적
■ 존 스토트, 김성웅 역, ‘내가 사랑한 시편’ (서울: 포이에마, 2012) pp.78-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