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편 102편/ 흔들림 없는 소망
“소망은 아무리 구름이 짙어도
그 너머의 하늘을 볼 수 있다.”
_ Thomas Brooks
나의 말이 나의 하나님이여 나의 중년에 나를 데려가지 마옵소서
주의 연대는 대대에 무궁하니이다 (시102:24)
1/ 여호와의 영원하심
[1] 내가 인자와 정의를 노래하겠나이다 여호와여 내가 주께 찬양하리이다
2/ 구원에 대한 요청
[1] 여호와여 내 기도를 들으시고 나의 부르짖음을 주께 상달하게 하소서
[2] 나의 괴로운 날에 주의 얼굴을 내게서 숨기지 마소서
주의 귀를 내게 기울이사 내가 부르짖는 날에 속히 내게 응답하소서
3/ 고난에 대한 묘사(1)
[3] 내 날이 연기 같이 소멸하며 내 뼈가 숯 같이 탔음이니이다
[4] 내가 음식 먹기도 잊었으므로 내 마음이 풀 같이 시들고 말라 버렸사오며
[5] 나의 탄식 소리로 말미암아 나의 살이 뼈에 붙었나이다
[6] 나는 광야의 올빼미 같고 황폐한 곳의 부엉이 같이 되었사오며
[7] 내가 밤을 새우니 지붕 위의 외로운 참새 같으니이다
4/ 고난에 대한 묘사(2)
[8] 내 원수들이 종일 나를 비방하며 내게 대항하여 미칠 듯이 날뛰는 자들이
나를 가리켜 맹세하나이다
[9] 나는 재를 양식 같이 먹으며 나는 눈물 섞인 물을 마셨나이다
5/ 고난에 대한 묘사(3)
[10] 주의 분노와 진노로 말미암음이라 주께서 나를 들어서 던지셨나이다
[11] 내 날이 기울어지는 그림자 같고 내가 풀의 시들어짐 같으니이다
6/ 여호와의 영원하심
[12] 여호와여 주는 영원히 계시고 주에 대한 기억은 대대에 이르리이다
7/ 시온을 통해 일하시는 여호와(1)
[13] 주께서 일어나사 시온을 긍휼히 여기시리니
지금은 그에게 은혜를 베푸실 때라 정한 기한이 다가옴이니이다
[14] 주의 종들이 시온의 돌들을 즐거워하며 그의 티끌도 은혜를 받나이다
[15] 이에 뭇 나라가 여호와의 이름을 경외하며
이 땅의 모든 왕들이 주의 영광을 경외하리니
[16] 여호와께서 시온을 건설하시고 그의 영광 중에 나타나셨음이라
8/ 장래 세대를 향한 은혜(1)
[17] 여호와께서 빈궁한 자의 기도를 돌아보시며 그들의 기도를 멸시하지 아니하셨도다
[18] 이 일이 장래 세대를 위하여 기록되리니 창조함을 받을 백성이 여호와를 찬양하리로다
9/ 시온을 통해 일하시는 여호와(2)
[19] 여호와께서 그의 높은 성소에서 굽어보시며 하늘에서 땅을 살펴 보셨으니
[20] 이는 갇힌 자의 탄식을 들으시며 죽이기로 정한 자를 해방하사
[21] 여호와의 이름을 시온에서, 그 영예를 예루살렘에서 선포하게 하려 하심이라
[22] 그 때에 민족들과 나라들이 함께 모여 여호와를 섬기리로다
10/ 여호와의 영원하심(2), 장래 세대를 향한 은혜(2)
[23] 그가 내 힘을 중도에 쇠약하게 하시며 내 날을 짧게 하셨도다
[24] 나의 말이 나의 하나님이여 나의 중년에 나를 데려가지 마옵소서
주의 연대는 대대에 무궁하니이다
[25] 주께서 옛적에 땅의 기초를 놓으셨사오며 하늘도 주의 손으로 지으신 바니이다
[26] 천지는 없어지려니와 주는 영존하시겠고 그것들은 다 옷 같이 낡으리니
의복 같이 바꾸시면 바뀌려니와
[27] 주는 한결같으시고 주의 연대는 무궁하리이다
[28] 주의 종들의 자손은 항상 안전히 거주하고 그의 후손은 주 앞에 굳게 서리이다 하였도다
시편 102편은 고난받는 자가 여호와께 노래하는 탄식시다. 그 전반부인 1-11절에서 시인은 자신이 처한 고난의 상황을 깊이 있도록 처절하게 묘사한다. 여호와께서 자신을 버리셨다고 말하면서 인생의 헛됨을 선명하게 묘사한다. 그러나 인생의 허무와 고난의 메시지(1-11절)는 기릴 12-28절의 여호와 중심성의 메시지로 나아가기 위한 예비적 단계라고 할 수 있다.
12-28절은 앞선 1-11절에 나타난 고난에 대한 묘사를 넘어서서 여호와께 구원을 요청한다. 그 근거는 여호와께서 시온에 거하시면서 언약백성을 돌보시기 때문이다. 시인이 처한 인간적인 연약함은 여호와의 언약의 성실함과 후손에 대한 약속으로 극복되고 있다. 102편은 다윗의 시는 아니지만 다윗 언약적인 요소를 강조하면서 구원에 대한 확신을 마무리 한다.
중년은 인생의 하프타임이다. 전반전에 성적이 좋지 않으면 하프 타임은 긴장되고 초조하다. “과연 만회가 가능한 것일까? 게임은 결국 패배로 종결될 것인가?”
시편 102편에는 인생 중년의 증상들이 여과없이 묘사된다. 괴로운 날이라고 고백한다. 그 동안의 인생의 날들이 연기처럼 사라졌다. 시간의 허무를 고백한다. 음식 먹을 의욕도 사라졌다고 한다. 마음이 풀처럼 시들었다고 말한다. 광야의 올빼미처럼 황폐한 곳의 부엉이처럼 뼛 속까지 스며드는 차가운 고독과 소외를 느낀다.
시편기자의 중년의 기도는 몇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나를 중년에 데려가지 말라고 기도한다. 아직은 기회를 달라는 것이다. 둘재는, 여호와의 이름과 영예를 선포하는 여생을 살게 해 달라고 기도한다. 셋째, 후손과 역사에 기여할 수 있는 남은 생애를 살게 해 달라고 기도한다.
시인은 자기의 고통의 넋두리만 하는 사람이 아니다. 자기 괴로움을 호소할 데가 있음을 이 시 첫머리에서 밝히고 있다. 만일 1절과 2절에 밝혀진 그의 신앙심이 없었다면, 그는 참으로 “시드는 풀같고 더움에 삼켜져 버리는 석양 그리자 같이”(11절) 허무한 존재였을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외롭고 괴로워도 “여호와여 내 기도를 들으시고 나의 부르짖음을 주께 상달케 하소서. 나의 괴로운 날에 주의 얼굴을 숨기지 맛소서. 내게 속히 응답하소서” 하는 애원과 호소의 기도를 할 수 있음이 시인의 자랑이다.
“나의 괴로운 날”도 오히려 인간의 괴로운 사정을 돌보시는 하나님과 영적인 교제를 할 수 있는 기회가 됨을 보여준다. 욥기의 저자가 인간은 고통을 통하여 “살아계신 구속주를 만날 수 있고”(욥 19:25), “이 하나님과 얼굴을 맞대로 그의 말씀을 귀로 듣고 그의 얼굴을 친히 볼 수 있음을”(욥 42:5).
이 시는 다음 부분인 12-22절까지 내용의 앞의 고난의 호소부분 (1-11절)과는 문학형식도 다르고, 그 주제도 다르기 때문에 많은 주석가가 다른 작품이라고 한다. 이 둘째 부분과 첫째 부분이 동일한 작자의 시라고 한다면 모빙켈의 주장과 같이 신년 축제때 왕이 민족을 대표하여 민족의 고난을 하나님께 호소하며 이 왕의 도성인 시온은 항상 하나님의 사랑을 받는 곳으로 기억되고 모든 삶의 중심지로 찬송과 기도의 대상이 된 것을 말한다고 할 수 있다.
이 시의 마지막 부분(23-28절)도 첫째 부분과 같이 시인의 고난상을 말한다. 그러나 시인은 여기에서 자기 자신이 현재 당면한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호소함보다 인생의 석양을 맞이한 중년 이상의 나이를 가진 사람으로 노쇠하고 병들어 일찍 죽는 일에 대하여 허무함을 느끼고 영원히 계시는 하나님과 더불어 함께 있기를 간구한다.
시인은 “천지는 없어지려니와 주는 영존하시겠고 그것들은 다 옷같이 낡아지리니, 의복같이 바꾸시면 바뀌려니와 주는 영존하시겠고 주의 연대는 무궁라히라”고 했다. 오늘 “나의 괴로운 날”이 문제가 아니다. 영원히 변치 않고 살아계시는 하나님이 “영원히 계시니”(12절) “창조함을 받은 백성은 여호와를 찬송할 수 밖에 없다”(18절). 이 영원하신 하나님을 믿고 의지하는 사람도 영원에 잇대어 사는 사람이다.
시인은 자신을 저물녘 흐릿해지는 그림자요 어둠 속에 잠겨 사라지는 물상과 같다고 탄식한다. 빈 들보에 깃들이는 외로운 제비요, 황량하고 처량한 저녁 하늘을 나는 부엉이 같다고 읊조린다. 이토록 견디기 어려운 시련은 주님의 진노하심이다. 주의 진노로 생이 꺾여 간다. 그럼에도 그는 자신의 회복을 요청하기 보다 시온의 회복을 기도하며 시온의 영광을 간청한다. 그로 인하여 세대를 이어 여호와 하나님께서 찬송받으시길 간구한다. 시인은 고난 속에서 자신의 고난에 갇혀 눈이 멀지 않는다. 오히려 그 눈이 더 밝아진다.
*참고문헌
『묵상과 설교』, 성서유니온, 2017년 11·12월호
이동원, 『묵상의 샘』, 압바맘마, 2014
김정준, 『시편명상』, 한국신학연구소, 1996
오경웅, 『시편사색』, 송대선 옮김, 꽃자리, 2019